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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청소년상담

신체화 증상, 몸이 내 마음을 대변한다.

 한 달이 되었다.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은지는식도가 가는 실처럼 좁혀져 버린 것 같다. 호수를 뱃속으로 집어넣는 위 내시경을 해봤다. 술담배도 안하니 깨끗하단다. 왜 음식은 나를 거부하는가.

 

...........10년 후 현재

 

 내 앞에 앉은 아이는 말한다. "식당을 지나가는 순간 그 냄새. 너무 역했어요. 그 후로 음식에 냄새가 나는 거 같아 힘겨워요." 순전히 음식때문인 것 같아. 성적도 우수. 친구들을 끌고 다닐만큼 교우관계도 좋다.

 면담 후 종합심리검사를 아이와 실시했다. 3시간 정도 걸려서 실시하고 보고서를 또 3시간 이상 작성해서 일주일 후 의사가 설명했다. 종합심리 검사와 보고서는 임상심리사가, 진단은 의사가 할 수 있다.

 

 somatization 신체화 증상.

 

 " 설마요. 못믿겠어요. 냄새때문인데. 딴 병원에서 여기가라고 해서 온 건데." 맞다. 네가 꾀병을 부린 것은 아닐 것이다.

  똑똑한 아이들은 마음을 금방 열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우린 숨기는 방법을 안다. 적절히 숨기는게 나를 보호하는 것이라는 것 쯤은 알고 있으니. 몸은 참으로 정직하다. 마음이 표현하지 못하면 내 안의 자기는 몸으로 알려준다. 이럴땐 미술치료가 도움이 된다. 폭풍우 치는  큰 파도의 배 그림.  모래놀이치료상자를 물로 부어서 가득차게 하고 피겨들을 다 몰살시켰다. 태풍과 번개와 벼락이 내 마음에는 요동치고 있다. 억압된 에너지는 언젠가는 표출된다. 끊는 주전자 뚜껑을 닫으려고 애를 쓰면 뜨거운 물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꾹꾹 눌렸던 슬픔, 분노..숨겨진 문제에 힘겨워하던 아이는 하나씩 하나씩 표현하기 시작했다. 냄새로 더 이상 힘들어하진 않게 되었다.

 

.......10년 전 과거

 

 나의 가족할머니의  죽음을 겪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했던 할머니. 장례를 집에서 준비하면서 음식을 했으며 상복을 입었고 수많은 손님들로 우리 집은 북적되었다. 병원에서 암 판정 후 집으로 모셔가라고 했었고, 할머니도 병원이 아닌 집을 원하셨다. 아버지가 염을 하셨고 직접 할머니의 옷을 입혀주셨다. 죽음을 예견하고 그렇게 빠르게 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시집살이 시켰던 지난 날을 후회하며 엄마에게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셨다. 이미 준비된 이별이었다. 장례기간도 나는 괜찮았다.

그런데 왜 밥은 넘어가지 않는건가. 할머니는 식도암. 그녀를 보낸 슬픔이 그렇게 몸으로 표현되었다. 울고 울고 또울고. 진짜 눈물은 뒤늦게 터져나왔다. 그리고 밥이 넘어갔다.

 

 하루를 살아가기 위해서 가끔 감정을 속이기도 하고 괜찮은척 웃으면서 넘어가기도 한다. 외롭다고. 힘들다고 슬프다고 그렇게 말하기가 여전히 힘겹다. 식도는, 코는 진짜 내 마음을 말해주었다. 너 힘들자나. 표현해도 괜찮아. 그래도 괜찮다고.